사는 이야기

발리 로컬 식당에서는 한 끼에 천원. 로컬 식당 후기.

장마가끝났다 2023. 7. 29. 21:41

 발리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나는 로컬 식당에 도전했었다. 내가 발리 로컬 식당이라고 말하는 곳은 인터넷에 검색되는 식당이 아닌 진짜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밥을 파는지 조차 모르는 그런 곳이다. 호텔 근처에 흔히 발리 맛집이라고 하는 식당들은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가격은 한국돈 5천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까지 다양했다.

 

 3번째 발리 방문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어느 정도는 발리에 적응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는 진짜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진짜 로컬 식당을 가기 위해서는 조사가 필요했다.

 

 가장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곳은 바로 호텔 프런트였다. 매번 오며 가며 인사를 한 덕분에 직원들은 나에게 본인들이 다니는 식당을 소개해주었고 나는 가까운 곳 먼저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궁금해할 만한 가격은 나시고랭은 1천 원, 아이스티는 300원이었다. 참고로 이곳은 '식당'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 우선 식당에 문이 없다. 선풍기도 없다.

 

 길 한쪽에서 오토바이에 연결된 조리도구로 조리를 해서 주는 곳이다. 그나마 의자 두어 개와 식탁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가게이름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 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나시고랭 오토바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튼 이곳에 가서 주문하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원 나시고랭 투웬티'라고 하는 것이다. 투웬티는 20k 루피아를 말한다. 즉 1700원이라고 나에게 말한 것이다.

 

 허허허. 이 아저씨 보소. 나는 당당하게 짧은 인도네시아어 실력을 뽐내며 '나 친구 있다. 친구 말한다. 원 나시고랭. 10k 루피아' 그랬더니 아저씨가 씨익 웃으면서 나에게 '오케이 오케이'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방심하면 당한다. 당당하게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곧 음식이 나온다.

 

 나시고랭 자체의 모습은 에어컨 있고 문 달린 식당의 나시고랭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나시고랭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볶음밥 그 자체다. 밥 외의 건더기는 간단한 야채 몇 가지가 전부다.

 

 가격을 생각해 보면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면서 한 숟가락 먹어보려는 찰나. 숟가락에 붙어있는 검은 건더기를 발견한다. 정체는 알 수 없다. 알려고 하면 안 된다. 휴지로 대충 슥슥 닦고 먹어본다.

 

 숟가락을 왜 바꾸지 않았냐고? 어차피 그게 그거다. 숟가락을 바꾸는 순간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맛은 정말 정말 솔직하게 다른 에어컨 있고 문 달린 식당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 음식답게 레시피가 상향 평준화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식당을 가도 김치찌개는 평균적인 맛 또는 그 이상을 선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양도 적지 않은 양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보통 한 끼 식사량이 한국인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양도 적당하고 맛도 적당한 이 나시고랭이 천 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싸고 좋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음식이었다.

 

 하지만 역시 걱정되는 건 위생 문제였다. 밥을 먹으며 천천히 이 식당의 오너이자 셰프이자 주방 담당인 아저씨를 살펴본다. 잠시 후 살펴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사용한 흔적이 있는 그릇(내가 밥 먹는 그릇과 동일한 그릇)을 집어 들더니 시꺼먼 물에 담가서 정체 모를 스펀지로 슥슥 하더니 얼룩덜룩한 천으로 물기를 슥슥 닦고 그릇이 쌓여있는 곳에 놓는 것이다. 방금 전에 내 그릇이 나온 바로 그곳이다.

 

 나 또한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눈앞에서 보게 되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멀리 타국에서 나시고랭을 먹으며 머릿속으로 '원효대사 해골물, 원효대사 해골물'을 되뇌며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음식 맛은 적어도 먹을만했으니까. 어찌어찌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고 호텔로 갔다.

 

 돌아오면서 생존형 자기 합리화를 하며 갔다. '솔직히 우리나라도 더러운 식당 많지 않나? 몰라서 그렇지 더러운 식당 엄청 많잖아. 뉴스에도 나온 적 있고.' 라며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러운 식당에서 밥을 먹었을 뿐이라며 내 뇌에 자기 합리화 씨게 박으면서 걸었다.

 

 호텔까지는 무사히 돌아왔고 이제 남은 건 그다음 날 배탈이 나느냐 안 나느냐이다. 사실 배 아플 확률 65% 정도 예상하고 갔었다. 비교적 튼튼한 장을 보유한 나 스스로를 믿고 먹었었다. 다행히도 그다음 날 배탈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날 저녁부터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_^

 

 

- 절대 도전하지 마시길.

 

 이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은 최소한 문짝 있고 선풍기 달려있는 곳에서 식사하기를 바란다. 나는 3번 정도 먹었는데 1번은 배탈 났고 그 외에는 괜찮았다.

 

 장기 여행이라서 하루 정도의 배탈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의 여행 일정 중에 배탈이라도 나서 1~2일 동안 호텔에만 누워있는 다면 그건 최악일 것이다.

 

 특히 단기 여행자들은 절대 길거리 나시고랭은 먹지 않길 바란다.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다면 든든한 여행자 보험을 꼭 준비하고 먹길 바란다.

 

 다음에는 내가 발리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문짝 달려있고 선풍기 있는 그런 식당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