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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2020 뉴질랜드 타라나키 서핑 트립 (2)

by 장마가끝났다 2023. 7. 22.

 뉴질랜드 타라나키 서핑 트립 두 번째 이야기. 아이폰에 있는 사진들을 쭉 보면서 한 가지 후회한 것이 있다. 핸드폰은 제발 최신형으로 쓰자. 2020년에 아이폰6를 들고 뉴질랜드에 갔던 나에게 핵꿀밤 한 방 꽂으면서 시작해 본다.

 

- 쿠메라패치와 백비치, 그리고 Festival of Lights

 

 서핑트립을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서핑트립의 하루 일과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하루 루틴은 다음과 같다. 일어나서 아침 먹고 서핑하고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일어나서 오후 서핑하고 저녁 먹고 잔다.

 

 서핑하고 먹고 자고. surf, eat, sleep. 이게 하루 루틴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마트에 간다 던 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먹고 서핑하고 자는 게 전부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

 

 뉴질랜드의 여름은 하루가 길다. 새벽 6시에 해가 뜨고 저녁 9시에 해가 진다. 보통 새벽 5시 반에 기상해서 아침 먹고 서핑 포인트로 이동을 한다. 여러 포인트 중 기억에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바로 쿠메라패치라는 포인트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차에서 내려서 30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메라패치 가는 길
쿠메라 패치 이동 중

 

 

 가는 길의 오른쪽 아래는 절벽이고 절벽 아래에 바다가 있다. 멀긴 하지만 위험한 요소는 없다.

 

 도중에 만나는 전기 울타리만 조심하면 된다. 이곳에서 방목하여 키우는 소가 있는데 아마도 소의 무단가출을 막기 위한 용도로 보인다. 사람이 기절하는 정도는 아니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쿠메라패치 가는 길
언덕에서 내려오면 이런 검은 모래 해변이 펼쳐진다

 

 

 언덕에서 내려오면 드디어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모래사장에 도착했다는 뜻은 이제 절반 왔다는 뜻이다. 위 사진의 가장 멀리 보이는 곳까지 도착해야 서핑을 할 수 있다.

 

 처음 갔을 때는 꽤 멀게 느껴지는데 몇 번 가다 보면 갈만 하다. 이렇게 멀지만 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파도 때문이다. 그날 파도의 특성에 맞게 적합한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이다. 또한 거리가 멀다 보니 사람이 없다. 실제로 우리를 제외한 다른 서퍼들을 만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타라나키의 서핑 스폿 라인업은 매우 한산하다. 그 도 그럴 것이 뉴질랜드 면적은 한반도의 1.2 배지만 인구는 520만 정도이다.

 

 열심히 걷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집에 갈 때 어떻게 가지?' 그렇다. 돌아갈 때도 이만큼 걸어야 한다는 사실. 하지만 좋은 파도를 만나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걷고 또 걷는다. 30분 정도 걸어서 결국 도착.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파도는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이럴 때 우리는 회의를 한다. 이곳에서 파도가 좋아지길 기다리거나, 다른 서핑 포인트로 이동을 하거나, 또는 집에 가서 쉬고 다음 세션을 준비한다거나 하는 선택지가 있다. 우리는 논의 끝에 다른 서핑포인트로 이동하기로 하고 다시 차로 돌아간다. 

 

 

no wave
No Wave. 9.1.20

 

 

 돌아오는 길. 모래사장에 'No wave 9.1.20'을 적어 둔다. 다음에 오는 서퍼들을 위해 파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거리가 먼 포인트인 만큼 헛걸음하지 말라는 서퍼들의 배려. 누군가는 저 글을 보고 체력을 아꼈길 바란다.

 

 우리는 백비치 포인트로 가서 서핑을 하기로 했다. 백비치는 비교적 시내 중심지에서 가까운 포인트라서 다양한 서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도 정말 많이 서핑을 했었다. 여러모로 정말 무난한 포인트 중 한 곳.

 

 

백비치 가는 길
백비치 가는 길

 

 

백비치 가는 길에만 사진이 있고 그 뒤로 사진이 없다. 그렇다면 파도가 좋았다는 뜻이다. 파도가 좋을 때는 사진 찍을 시간도 아깝기 때문에 바로 입수를 한다. 게다가 아침부터 소비한 시간이 많아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2시간 정도의 서핑을 마친 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씻고 밥을 먹기로 한다.

 

 뉴질랜드는 외식비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마트물가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마트 닭고기 가격
마트 닭고기 가격

 

 

마트 닭고기 가격
마트 닭고기 가격

 

닭고기 1.5kg에 할인가 7.65달러. 이때 당시 환율이 얼마였더라...

 

뉴질랜드 환율
뉴질랜드 환율

 

 빨간색 점이 내가 갔던 시기니까 대략 780원 정도. 위 사진의 고기가 각각 8,500원 6,000원이다. 괜찮은 가격이다.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요리를 하고 밥을 먹고 나면 어느덧 오후 서핑 갈 시간이다. 10명 정도의 사람이 먹을 음식을 요리하고 먹고 치우는데만 시간이 꽤나 걸린다.

 

 

식탁
식탁

 

 

 항상 이곳에서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두 달간 이 식탁에서 정말 열심히 먹었다. 아! 생각났다. 맥너겟 챌린지도 이 식탁에서 했었다. 우승자가 누구였더라. 기억이 안 난다. 다음에 기억나면 꼭 적어둬야지. 

 

 저녁 서핑까지 마치고 우리는 뉴플리머스의 축제 중 하나인 festival of lights에 가보기로 한다. 말 그대로 빛의 축제인데, 입장료도 없는 무료 축제이다.

 

 여름과 겨울 1년에 2번 운영된다. 올해는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festivaloflights.nz/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저녁에 갔지만 낮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니 해가 뜨기 전에 가서 어두워질 때까지 구경하고 나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festival of lights

 

festival of lights

 

 

festival of lights

 

 

 입장 초반에는 사진이랑 영상을 조금 찍었는데 뒤로 갈수록 보는데 정신 팔려서 안 찍었다. 참고로 여름의 뉴질랜드 저녁 날씨는 덥지 않다. 오히려 긴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시원한 여름이다. 낮에는 따뜻하고 저녁은 시원한 최고의 날씨. 

 

 이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서 다음날의 서핑 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잠을 잔다. 뉴질랜드의 하루하루는 정말 행복하다.